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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14


24

   

 

연기가 자욱하게 낀 화장실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보였다. 나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내 모습이 비치고 있는 거울을 뜷어지게 쳐다보았다.

   

 

어디까지, 떨어지려는 거지.

   

 

나는 모텔에서의 행동을 떠올렸다. 아무렇지도 않게 지갑에서 돈을 꺼내던 나. 나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돈을 꺼내 세었었다. 방을 나가기 전, 내가 메모지에 휘갈겼던 글씨가 눈앞에 선명하게 떠오른다. 후불.

당연히 느껴져야 할 당혹감은, 충격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대가를 받아가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 남자는 나를 샀고,나와 섹스했다. 나는 그 남자에게서 그에 해당되는 돈을 받아야만 했다.

   

[쾅!]

   

 

미쳤나......?

   

 

나는 거울에 머리를 박은 채 생각했다. 아무래도 자신은 어딘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 머릿속은 혼란스러운데도, 몸을 팔았다는 사실에 대해서 나는 거부감을 전혀 느끼고 있지 않았다. 여자와 잔 것도 아니었다. 섹스도, 처음이었다.

   

 

......정신이 나간 거야, 난.

   

 

머리 한 구석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째서? 그게 왜 잘못된 거지?

......

넌 돈이 필요한 게 아니었나? 이즈나의 다리는 아직 완치된 게 아니지. 어차피 아르바이트만으로는 생활할 수 없잖아? 돈이 있어야 해. 그 사실은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잖아?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귓속을 채운다. 하지만 머릿속의 목소리는 더더욱 뚜렷해졌다. 귀를 막고 싶었다.

   

 

합리적으로 생각해. 네 모습을 보란 말이다. 보이는 곳이나 보이지 않는 곳이나 멍이나 상처로 엉망진창이지. 이대로는 어디서도 일할 수 없게 될 거다. 오히려 좋은 기회잖아?

   

 

호주머니 속에 들어있을 지폐 뭉치가 떠올랐다. 그 뒤에, 이즈나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 나에게 처음으로 차가운 눈길을 보냈던 이즈나. 하지만 그 속에는 슬픔이 있었다. 물에 젖은 머리카락이, 흐릿한 시야까지 완전히 가려버린다.

   

   

복잡한 생각따윈 하지 마라. 네 몸은 이미 굴릴 대로 굴린 몸이잖아? 몇 번 더 구른다고 해서 뭐가 잘못되겠나?

   

   

   

 

 

25

   

 

 

......확실하게 정한 거냐?

   

 

선생이 나를 빤히 바라보며며 물었다.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은 나에 관한 서류와 지금까지의 성적표를 보며 미간을 좁혔다.

   

 

우치하, 네 성적이라면 당연히 갈 수 있겠지만......네 형편으로는......

   

 

선생은 코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던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주저하듯이 말했다. 나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다.

   

 

장학금을 받을 생각입니다.

......입학장학금 말이냐?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전액 장학생이 될 겁니다.

   

 

선생은 갑작스러운 충격에 멍해진 얼굴로 나를 응시했다. 나는 별 동요 없는 표정으로 선생을 마주보았다. 선생은 어느새 다시 내려간 안경을 밀어올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우치하......진심이냐?

   

 

나는 말없이 선생의 눈을 바라봤다. 선생은 식은땀을 흘렸다.

   

 

왜......굳이 그렇게 어려운 길을 택하려고 하는 거냐? 너라면 어느 곳이든 학비 걱정없이 다닐 수 있을 텐데. 우치하, 의대는......

확실히 정한 겁니다. 바꾸는 일은 없습니다.

   

 

선생은 탄식하듯이 한숨을 쉬며 나에게서 서류로 시선을 내렸다. 한참동안 볼펜을 손으로 돌리며 나를 힐끔힐끔 응시하던 그는, 결국 될 대로 되라는 표정을 지으며 서류 하단의 진로 희망란 옆에 사인을 휘갈겨 넣었다.

   

 

 

우치하 마다라. 코노하 대학 의학부 지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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