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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조각글]평화는 없다

 


※ 화자인 '나'는 잡닌자 A, 이름이 안나온 사람들은 전부 잡닌 수준의 사람들입니다

※ 유혈 주의

※ 조각글이지만 좀 깁니다;;

 

 

 

 

 

 

내가 태어났을 때, 세상은 이미 몇 번의 큰 전쟁으로 인해 황폐화되어 있었다. 커다란 전쟁 사이에는 수많은 격전과 암투가 존재했다. 시체 타는 냄새와 배부른 까마귀들의 울음소리는 숨을 쉬는 것처럼 익숙했다. 사람들은 서로를 죽고 죽였다.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전투에 나갈 때마다 이렇게 말씀하셨다.  

 

 

조금만 참거라. 곧 끝날 거야.  

 

 

하지만 내가 한 사람의 성인 닌자가 될 때까지도 전쟁은 계속되었다. 아니, 더욱 심해졌다는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전쟁의 시작으로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닌자들이,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걸까. 전쟁의 때,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닌자들은 전투에서 가장 먼저 죽고, 가장 끈질기게 버티다 죽는 부류였다. 어느 쪽이든 그들 앞에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깔끔하게 죽느냐, 비참하게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이 전쟁에 끝이 있는 걸까?  

 

 

언젠가 나는 그렇게 물었다. 일족 수뇌부의 경호를 맡고 있을 때였다. 어렸을 때부터 나와 함께 자란 친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뭐하러 이 고생을 하겠어?  

 

 

언젠가는 이 전쟁이 끝나겠지. 이 더럽게 길고 지긋지긋했던 전쟁이 끝나면, 우리는 평화롭게 살 수 있겠지. 그것이 이 전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닌자들의 유일한 소망이었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나는 가끔 의아해할 때가 있었다. 전쟁에서 태어나 전쟁 속에서 살아온 우리가 그런 평화로운 세상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친구는 그런 건 그 때 생각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끝났을 때를 상상해보라고 했다.  

 

 

생각만 해도 끝내주지 않아?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시리도록 푸른 하늘뿐이었다. 흰 구름도 없고, 한없는 푸름만이 넓게 펼쳐져 있는 하늘의 모습. 그 때의 하늘은 지금의 하늘과 다를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떠올린 그 하늘보다, 더욱 눈부시게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나는 그 하늘을 보고 싶었다. 한 번 만이라도 그런 하늘을 볼 수 있다면 죽어도 아쉬울 것은 없을 것 같았다. 어쩌면 나는 그 하늘 밑에서 내 아이에게 말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곧 끝날 거다, 가 아닌 끝났단다, 라는 말을. 내가 그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걸까? 그럴 수 있다면 그러고 싶다. 천운이 따라준다면 몸이 망가지더라도 그 때까지 질긴 목숨을 이어갈 수 있었으면 했다. 전쟁이 끝나는 순간을 내 눈으로 똑똑히 보고 싶었다. 

 

 

그딴 건 아무래도 좋아.  

 

 

내 친구 옆에 앉아있던 턱수염의 남자가 낮게 말했었다. 그의 눈은 안으로 푹 껴져 있었고, 입술에는 자줏빛의 핏줄들이 솟아 있었다.  

 

 

그놈들을 죽일 수만 있으면 전쟁 따위 안 끝나도 괜찮아.  

 

 

그의 목에는 작은 주머니가 매달려 있었다. 그 주머니 안에는 죽은 아들과 아내의 머리카락이 들어 있다고 했다. 그는 임무가 있을 때마다 최전방을 지원해 나섰다. 전쟁에서의 그는 보이지 않는 실로 쉴새없이 움직여지는 꼭두각시 같았다. 자신의 가족을 부숴버린 적들. 그들에 대한 복수심만이 그를 움직이는 동력이었다. 그런 사람은 그 혼자가 아니었다. 지금 전장에서 싸우고 있는 일족 닌자의 대다수가 적에게 가족을 잃은 경험이 있는 자들이었다. 살아있는 자들을 이끄는 것은 죽은 자들이었다. 그들을 죽음으로, 파국으로 몰아가는 자들 역시 그들이었다. 

 

 

 

 

......내일이네.  

 

 

친구는 나를 돌아보며 나지막히 말했다. 내일이면 우리들은 우치하 일족과의 전쟁에 투입될 것이다.  

 

 

이번엔 확실히, 죽을지도.  

 

 

우치하 일족의 규모는 나의 일족을 포함한 여타의 일족들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그들에게는 사륜안이 있었고, 뛰어난 동력이 있었다. 일족 하나 하나가 빼어난 닌자인 그들을 이끄는 것은 우치하의 귀신이라고 불리는 수장 우치하 마다라였다. 그에게는 여러 별명이 있었다. 수라.전장의 사신. 악마의 자식. 그를 한 번이라도 본 닌자들은 그의 이름만 들어도 소리없이 몸을 떨었다. 우치하 일족과 대치하는 닌자들에게 그는 악몽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놈은 괴물이야.  

 

 

턱수염의 남자는, 목의 주머니를 꽉 쥐며 그렇게 말했었다. 나는 주머리를 쥔 그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전쟁은 우치하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참혹하게 죽은 시체들의 산은 곳곳에 생겨나 있었다. 포로가 된 자들은 극소수인 탓에 거의 생존자라고 불려야 할 판국이었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나와 함께 전투에 참가했던 친구는 싸운지 얼마 되지도 않아 우치하의 닌자에게 쿠나이로 목을 꿰뜷리면서 죽었다. 나는 그의 시신을 놓쳐버렸다. 슬픔과 안타까움은 가슴에 얼룩진 공포에 잡아먹히고 말았다.  

우치하 일족의 전투가 벌어진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이 전투의 승자는 애초부터 정해져 있었으며, 그 무엇도 그 결과를 바꿀 수는 없다는 사실을. 설사 더 많은 일족들이 모였었다고 해도 절대 저 우치하 일족을, 우치하 마다라를 이길 수는 없었을 거라는 사실을.

 

그는 재앙 그 자체였다. 그는 살아있는 사신이었고 천재지변이었다. 불길이 거세게 타오르던 전장에서 적군을 바라보며 서 있는 그의 모습은 인간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가 적군에게 불러일으킨 것은 헤어날 수 없는 무력감이었다. 누가 감히 그 앞에서 움직일 수 있었을까? 누가 감히 그 앞에서 칼을 들고 달려들 수 있었을까? 그도 분명 한 사람의 인간, 한 사람의 닌자였다. 그러나 그의 존재는 너무나도 거대했다.그 전장에 서 있던 닌자들 중 이 사실을 느끼지 못한 닌자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이번에도 연합군이로군.  

 

 

하지만 놀랍게도, 손을 결박당한 채 무릎을 끓고 있는 내 앞에 있는 남자는 젊은 청년이었다. 양 옆에 우치하의 닌자들이 줄을 맞춰 서 있는 가운데 그는 황제처럼 앉아있었다. 나는 말을 잊은 채 넋을 놓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정말로 그 때 내 앞에 나타났던 사신일까? 믿을 수가 없었다. 보통 청년과 다를 바 없는, 오히려 더 마른 것도 같은 체구. 혹독하고 거친 전쟁을 누빈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희고 곱상한 얼굴.얼핏 봐서는 순진무구한 소년으로도 보일 것 같은, 젊은 남자. 그러나 그의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나는 이 남자가 내 친구의 목을 꿰뜷고,내 일족을 몰살시켜버린 주범이라는 사실을 납득할 수 있었다.  

 

나와 함께 잡힌 턱수염의 남자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그가 절망한 나머지 기운이 빠져버린 것이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그가 애초부터 묶이지 않았던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우치하 마다라에게 기폭찰이 달린 쿠나이를 날렸을 때, 나는 그의 독기어린 눈을 보고 말았다. 악에 받히고 복수심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된 눈을 말이다.  

 

쿠나이는 우치하 마다라의 오른편에 서 있던 닌자에게 간단히 막혔고, 그는 한 번에 제압당해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를 지켜보던 우치하 마다라는 옆의 닌자에게서 쿠나이를 받아들었다. 그는 지루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실망이군. 더 많은 걸 기대하고 있었는데.  

큭......!으윽.......이, 개자식.....!! 빌어먹을 놈들!!! 저주받을 놈들, 천벌을 받을 놈들아!!! 우치하 마다라아아아!!!!!!

이래서야 헛수고였군 그래.

 

 

쿠나이를 저지한 닌자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나는 또다시 눈을 크게 떴다. 그 역시 젊은 청년이었다. 아니, 소년이었다.  

 

 

그러게. 살기도 제대로 숨기지 못하는 주제에 형을 죽이려고 하다니, 주제를 모르는 녀석이라니까. 역시 아까 죽이는 편이 나았어.  

 

 

소년의 말투는 천진난만하기 그지없었다. 붙잡힌 남자는 얼굴을 들어올리려 안간힘을 쓰며 목청껏 우치하 일족을 저주하고 있었다. 소년은 제압당한 남자 앞으로 걸어가 쭈그려 앉았다.  

 

 

아아, 시끄럽네. 조금 조용히 해 주겠어? 어차피 죽을 텐데, 피차 더 시끄러운 일은 없게 하자구.  

개 같은 놈들.....!!! 두고 봐라, 너희 우치하 일족도 나중에는 똑같이 당할 테니까!!! 네놈들이 한 그 잔혹한 짓거리를 똑같이 당하게 될 거다!!!!

 

 

콰득, 소리와 함께 발악하던 남자가 말을 멈췄다. 앞으로 뻗어있던 남자의 손등에 시퍼런 빛을 내는 단검이 꽂혀 있었다. 칼자루를 잡고 있던 소년은 아무렇지도 않게 검을 천천히 비틀었다. 뿌드득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남자의 손은 피투성이로 변해갔다. 남자는 외마디 소리를 내뱉다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소년은 계속 검을 움직이다 남자가 고통에 못 이겨 머리를 떨구자 이제야 좀 조용해졌다며 검을 뽑아 허리춤의 칼집에 집어넣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 채 그 광경을 쳐다봤다. 검에서 떨어진 핏방울이 바닥을 붉게 적셨다.  

 

 

그냥 죽인다는 건 농담이야. 감히......내 형을 암살하려고 했으니 곱게 죽여줄 수 없지. 네 녀석은 이제 제발 죽여달라고 애원하게 될 걸. 방금 그 칼, 독을 듬뿍 묻힌 칼이거든. 조금만 있으면 발끝부터, 손끝부터 서서히 썩어갈 거야. 아주 천천히, 말이지.  

으으.....!으윽, 으!!으아아......아으......

그리고 그거 알아? 너흰 애초부터 이길 수 없었어, 이 전투. 형한테는 이런 전투 따위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좀 더 충격적으로 말해줄까?형 혼자만으로도, 너희 그 잘난 일족 연합인지 뭔지 하는 것들을 다 쓸어버릴 수 있었다구.

 

 

소년은 그의 형을 바라보며 살풋 웃었다. 그는 손을 움켜쥐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는 남자를 흥미진진한 눈으로 쳐다보다 이내 관심을 두기 싫어졌는지 주변의 닌자들에게 남자를 치우라고 말했다. 소년은 홀가분한 표정을 지으며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턱을 괸 채 건조한 미소를 짓고 있던 우치하 마다라는 가장 왼쪽에 서 있는 남자에게 눈짓을 했다.  

 

 

사......살려주십시오. 목숨만은,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내 양 옆, 앞 뒤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앞다투어 그에게 자비를 간청했다. 우치하 마다라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가장 먼저 목숨을 구걸한 사람부터 죽이라고 말했다. 그 남자는 잘린 어깨에서 피를 뿜으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걷잡을 수 없는 공포의 파도가 포로들을 휩쓸었다. 그들은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랐을 것이다. 누군가, 자신들을 구하기 위한 지원군이 올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칼에 맞아 쓰러질 때까지 믿고 있었던 사람도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칼은 시간처럼 냉혹했다.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죽어갔다. 남은 사람들은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최후의 발악으로 그를 저주했다.  

 

 

죽을 거다, 네놈도! 네놈도 결국엔 죽을 거야! 저주 받아라 우치하 마다라, 우치하 마다라아아!!!! 

 

 

그는 그런 말이 익숙하다는 듯 아무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내 바로 앞에 있던 사람도 소리를 지르다 피투성이가 된 채 숨이 끊어졌다. 어느새, 남아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게 되었다. 피묻은 칼을 든 우치하 닌자가 내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죽음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온 몸에서 들려왔다. 죽는다. 이대로, 칼에 베여 죽는다. 최소한 깔끔하게는 죽는 것이니 비교적 좋은 결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순간 하늘을 생각했다. 내가 보기를 원했던 파랗고......눈부신 하늘을. 전쟁이 끝난 후의 그 아름다운 하늘을. 비로 얼룩진 칼이 나를 내려치기 직전에도, 나는 그 하늘을 생각하고 있었다. 칼의 그림자가 내 머리 위로 빠르게 내려왔다.  

 

 그 순간.  

 

 

멈춰라.  

 

 

나는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내 몸을 두 조각냈을 칼은, 내 머리카락 바로 위에서 멈춰 있었다. 의자에서 일어선 우치하 마다라가 보였다. 그는 내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걸어왔다. 마침내 그는 내 앞에 섰다. 마치 그걸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내 입이 멋대로 열렸다.  

 

 

......당신은, 이 전쟁을......멈추고 싶지 않은 겁니까?  

......

당신은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 같은, 평범한 닌자들이 결코 손에 넣지 못할 힘을......당신이라면 이 전쟁을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어째서......어째서 가만히 있는 겁니까. 왜......! 왜 이런 전쟁을 그만두려고 하지 않는 겁니까......!!

 

 

나는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북받쳐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남자에 대한 공포도,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지금은 나를 지배하지 못했다. 나는 눈 앞의 남자를 노려보았다. 움츠리는 태도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호인도 아닌 내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는 나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우치하 마다라의 메마른 눈동자가 순간 이색을 띠었다. 황무지처럼 건조하기만 했던 그의 눈이 잠깐이나마 감정을 드러낸 것도 같았다. 나는 그의 눈이 붉게 변하는 것을 보았다. 그의 붉은 눈을 바라본 찰나, 머릿속의 모든 생각이 사라졌다. 몸의 감각 역시 사라져 있었다. 부상으로 인한 아픔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어린시절 아버지의 기억들, 수많은 전투의 편린들이 생생하게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윤기나는 녹색의 풀들이 가득한 초원에 서 있었다. 산들바람은 상쾌했고 하늘은 새파랗게 빛났다. 내가 하늘로 손을 뻗으려는 순간,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우치하 마다라의 눈은 다시 검은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어리석은 놈이로군.  

......무슨......

 

 

우치하 마다라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의 눈에서는 어두운 불꽃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 전쟁에 끝이 있다고 생각하나? 이 전쟁이......누군가의 손으로 멈출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이었다. 나는 이 전쟁 역시 마찬가지로 끝이 있을 거라고 여겼다. 아버지가 했던 말처럼. 비록 내 대에서는 끝나지 않았지만, 참고 기다리면 언젠가 그 끝은 오고야 말 것이라고. 하지만 그는, 우치하 마다라는 나를 비웃고 있었다.  

 

 

네가 말하는 평화란 뭐지? 전쟁이 끝난다는 것의 의미가 평화라고 여기는 건가?  

......

이 전쟁이 끝나면 네가 생각하는 것 같은 세상이 오리라고 생각하나?

 

 

혼란스러웠다. 그는 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 내가 꿈꿔왔던 그 모든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영원히......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인간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 그들은 끊임없이 욕망하고 처음부터 자신의 것이 아닌 것들을 원한다. 그건 인간이란 동물의 본능이다! 인간은 이기적이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지. 그렇기 때문에 서로 부딪히고, 친구와 친족을 배신하고, 자신의 만족과 안위만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그 결과가 전쟁이다. 네 아버지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어져 왔던 이 전쟁 말이다.  

......!!

너는 동맹이 가능하지 않느냐고 말할 것이다. 그렇지 않나? 너희들이 연합을 이루어 우치하를 공격한 것처럼. 하지만 그 동맹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말해 봐라.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였나? 평화를 위해서였나? 아니, 각 일족들에게 떨어지는 이익이 있어서다. 얻을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에 손을 잡는 것뿐이지. 내 말이 틀린가?

 

 

부정하고 싶었다. 그렇다 해도, 설령 그의 말이 맞다고 해도 어떻게든, 전쟁은 끝날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전쟁은 곧 끝난다. 곧.......끝날 거다. 그리고 나는,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되내었다. 이 남자의 말 따위는 헛소리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마음 속으로 소리쳤다. 손이 덜덜 떨려왔다. 그의 눈이 다시 붉은색으로 변했다. 수많은 전쟁, 방금 전까지 동료였던 자들이 서로를 배신하고,죽음으로 몰아넣는 모습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타인을 믿었음을 저주하며 죽어가는 사람들이 핏물 속에 떠내려갔다. 나는 머리를 움켜쥐고 고개를 마구 저었다. 보고 싶지 않았다.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나를......죽이십시오. 당신의 말은, 더 듣고 싶지 않습니다.  

......참으로 멍청하군.

날 죽여요......죽이란 말입니다. 어서 날 죽여, 우치하 마다라!!!!

 

 

내가 절규하듯이 소리치자 우치하 마다라는 내 멱살을 우악스럽게 잡고 끌어당겼다. 그의 선홍색 눈동자가 베일처럼 일렁였다. 그의 눈동자에 떠 있던 검은색 점 세 개가 이어져 하나의 원으로 변했다. 그 원은 천천히 돌아가면서 눈부신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 빛을 끝으로 정신을 잃었다.  

 

 

 

 

 

푸르게 빛나는 하늘이 머리 위에 있었다. 조그맣거나 희미한 구름 하나도 보이지 않는, 깨끗한 하늘이었다. 등에 와 닿는 풀의 감촉은 부드럽고, 코를 건드리는 꽃향기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귓가에는 여치들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고, 누군가 피리를 불고 있는지 어렴풋한 음악소리도 귀에 들어왔다.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서툰 감이 있지만, 그래도 듣기 좋다고 생각했다.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켜려는데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낯익은 얼굴의 친우가 빙그레 웃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그는 집에서 잡아오라는 특명을 받았다면서 나를 잡아끌었다.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그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내 머리 뒤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하늘은 아름다웠지만, 이렇게나 멋진 하늘은 처음이었다. 나는 눈을 찌르고 들어오는 햇살을 손으로 막으며 생각했다. 오늘의 하늘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마다라는 닌자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는 눈을 허옇게 뜬 채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칼을 들고 서 있던 닌자가 마다라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마다라 님? 완전히 숨통을 끊어두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만 둬. 어차피 죽은 것보다 못한 상태다.

그래도......

내버러 두면 알아서 죽을 거다. 적당한 곳에 버려둬라.

 

 

수하들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는 쓰러져 있는 남자를 들쳐메고 밖으로 나갔다. 마다라는 손을 저으며 해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방 안에는, 마다라와 그 동생인 우치하 이즈나 둘만이 남았다.  

 

 

그 녀석도 아까처럼 죽였으면 좋았을 텐데. 굳이 츠쿠요미를 쓸 필요가 있었던 거야, 형? 형답지 않게......그렇게 해선 그 녀석, 자기가 죽거나 그래도 고통같은 건 느끼지 않을 거 아냐.  

......행복하겠지, 적어도.

에?

아무것도 아니다. 죽음은 곧 안식이지...... 하지만 그 녀석은 영원히 안식을 얻지 못할 거다. 이미 내 츠쿠요미 속에 갇혔으니까. 영원히, 자신의 헛된 환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겠지. 그런 녀석에게는 적합한 결말이다.

 

 

흐응ㅡ, 뭐 형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도 상관없지만- 이즈나는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었다. 마다라는 이즈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잠시 혼자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즈나는 선뜻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향했다.  

 

 

아, 형!  

......?

오늘 연회 있는거지? 다들 잔뜩 벼르고 있었다구. 형도 내일까진 좀 쉬는 게 어때? 오늘은 밤 새고.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알게ㅡ이즈나는 쿡쿡 웃으며 가버렸다. 마다라는 휑해진 방 안을 말없이 둘러보았다. 바닥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핏자국이 여기 저기에 남아 있었다. 마다라는 의자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 팔걸이 부분에 손을 얹었다. 그곳은 너무 많이 만져 때가 탄 나머지 반짝반짝 윤이 나고 있었다. 마다라는 천천히 그곳을 어루만졌다.  

 

이름도 모르는 포로 닌자의 눈이 떠올랐다. 츠쿠요미를 걸기 직전 가까이에서 바라본 그 눈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맑았다. 지나칠 정도로 곧은 그 눈, 자신의 길에 의심조차 품지 않는 그 눈은 마다라에게 격렬한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사륜안으로 그 닌자의 속을 들여다봤을 때 보였던 풍경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기분이 나빴고, 적잖이 불쾌했다. 마치 과거의 자신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린 날의 자신도 그 같은 믿음을 가졌었다. 언젠가 전쟁은 끝난다는 믿음을. 그리고, 그 뒤에는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자신은 그를 위해서라면 뭐든 하고 싶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돕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강해지고 싶었고, 자신이 강해질수록 끝없는 전쟁의 순환고리를 끊을 수 있으리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오만이었다.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전투에서 부딪히면서 마다라는 온정적인 합의 따위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모두가 굶주린 척 연기를 했다. 가질 수 있는 것은 다 가지려 들었다. 공격하지 않으면 공격당하고, 배신하지 않으면 배신당한다. 마다라는 자신의 힘도 이 거대한 전쟁에서 일시적인 정지밖에는 가져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퀴는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 누구도 그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믿음은 독이었다. 희망도 독이었다.  

 

마다라는 메마른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처음부터, 평화 따위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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