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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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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형......

   

 

이즈나는 거의 죽을 죄를 지었다는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예상은 했었다. 그렇게 놀랄 만한 일도 아니었다.

   

입학식 날, 나는 학교에 가지 못했다.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즈나가 걷기 연습을 하던 중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해 바닥에 나동그라진 탓에, 나는 급하게 이즈나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 했다.

   

 

휴우......

애초부터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했어, 이즈나.

   

 

이즈나가 퇴원한 지 2주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즈나를 돌봐야 하는 사람은 나였지만, 아르바이트를 나갈 때는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일을 하는 동안에도 이즈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걱정이 되어 일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다. 2달동안 병원 침대에 누워만 있던 사람에게 사고가 생기지 않을 리 없었다. 그나마 다리에 큰 충격이 가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병원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시간이 늦은 상태였고, 나는 바로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 했다. 이즈나는 오늘이라도 내가 나가지 않기를 바라는 눈치였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일을 해야 했다.

   

 

 

깁스를 풀면 바로 재활치료에 들어가야 합니다. 뼈가 잘 붙어도 재활치료를 하지 않으면, 다시는 걸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의사는 엑스레이로 찍은 다리의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

.....얼마나 해야 하는 겁니까?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어린 나이라 회복이 빠르긴 하겠지만......원래대로 돌아오는 데 1~2년 정도는 걸릴 겁니다. 더 걸릴 수도 있고요.

   

 

의사는 관리를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완전히 회복될 수도 있고, 평생 다리를 절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생각하고 말 것도 없었다. 이즈나는 이미 한쪽 눈을 잃었다. 다리까지 빼앗을 수는 없었다.

   

 

이즈나가 퇴원한 후부터 나는 거의 집에 붙어있지 않았다. 아침 일찍 아르바이트를 가야 했고, 오후에는 밤 늦게 있는 편의점 일과 음식점 서빙까지 해서 두 가지 일이 더 있었다. 집에 들어오면 자정이 넘어있을 시간이었다. 하루종일 노동으로 인해 지친 몸은 조금이라도 쉬어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체력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처음에는 몸의 이곳저곳이 쿡쿡 쑤셔오는 바람에 고생했지만, 일주일이 지나고 나자 그런대로 적응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결국 코피가 터지고 말았고 마침 집에 있던 이즈나는 놀라 구급차를 부를 뻔했다. 중학교 때 했던 아르바이트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익숙해져야 했다.

   

이즈나는 내가 돌아올 때까지 잠을 자지 않고 나를 기다렸다. 때로는 먼저 잠들어있을 때도 있었지만, 거의 그럴 때는 이불도 깔지 않은 채 바닥에 엎어져 있거나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오늘도 이즈나는 거실에서 나를 기다리다 잠이 들어 있었다.나는 이즈나에게 다가가 어깨를 흔들었다.

   

 

들어가서 자라.

형......?

   

 

이즈나는 눈을 비비며 나를 찾았다. 내가 이불을 가져오려고 하자 이즈나는 재빨리 나를 붙잡았다. 아무래도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불을 켜자, 내 눈 앞에는 작은 꾸러미가 놓여 있었다. 이즈나는 아직 졸음이 가시지 않은 눈에 웃음을 담고 나를 바라보았다.

   

 

내 입학 선물이야, 형.

   

 

꾸러미 안에는, 검은색의 휴대폰이 얌전히 놓여 있었다. 내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으로 이즈나를 쳐다보자, 이즈나는 주머니에서 색깔만 다른 휴대폰 하나를 꺼내 보여주었다.

   

 

내 건 흰 색, 형 건 검은색.

이즈나......너 어떻게......

   

 

이즈나는 두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만들어 보였다.

   

 

예전에 경시대회 몇 개 나가서 모아놨던 게 있었거든. 형 졸업 선물 주려고 한 거였는데, 입학 선물이 되버렸네......마음에 들어?

   

 

나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휴대폰을 쳐다봤다.

   

 

너......이런 걸 사려고 시내까지 나갔다 온 거야?

   

 

목발이 없으면 걷지도 못하는 이즈나다. 목발이 있어도 겨우 겨우 걸을 수 있는 정도다. 아무리 시내가 가까운 편이라고는 하지만.......위험한 행동도 정도가 있다.

   

 

지난번처럼 사고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런 거야......!! 적어도 나한테 이야기는 했어야지!

그렇지만 놀라게 해 주고 싶었는걸. 내가 직접 사주고 싶었단 말이야......

   

 

이즈나는 말끝을 흐렸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 상황에서는 화를 더 낼 수도 없다. 나는 시무룩해져 있는 이즈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평소에는 졸고 있다가도 내가 오면 졸음이 싹 가신 얼굴로 나를 보곤 했는데, 오늘은 내가 있는데도 붕어눈을 하고 있었다. 시내까지 다녀오는 일이 생각보다 굉장히 피곤했던 모양이다.

   

 

이즈나.

......

......고맙다.

   

 

나는 이즈나를 보며 웃었다. 나를 생각해준 이즈나가, 무척이나 고마웠다. 나조차 눈치채지 못하게 선물을 준비해주었다는 사실이 얼떨떨하게 느껴질 정도로 기뻤다. 개통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휴대폰의 화면에는 현재 시간과 요일, 날짜 외에는 아무것도 떠 있지 않았다. 나는 주소록에 이즈나의 번호를 등록하려다 이미 ‘동생’이라고 저장되어있는 것을 보고 웃음이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시선을 옮기자 어느샌가 잠들어버린 이즈나가 보였다. 나는 조심스레 이즈나를 안아 올려 자리에 눕혔다.

시간을 보자 벌써 한 시 가까이 되어 있었다. 내일 일찍 나가려면 빨리 자야 했다. 나는 이즈나의 옆에 누워 몸을 말았다. 이미 따뜻해져야 할 시기였지만,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여전히 차가운 것만 같았다. 몸이 약하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익숙해져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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