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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03

 

 

04

 

 

나는 중학교에 입학했다. 배워야 할 것은 늘어났고 해야 할 일도 더 많아졌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싸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더 이상 싸울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귀찮았고, 짜증났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시간 낭비였다.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오자마자 내가 받은 것은 소위 ‘일진’인지 뭔지 하는 녀석들의 관심이었다.

   

 

네가 우치하 마다라지? 듣기로는 주먹 좀 쓴다던데......우리랑 같이 놀아볼 생각 없냐?

 

 

면식도 없는 한 학년 위의 녀석에게 불려 학교 건물 뒤로 갔을 때, 나는 내가 결코 조용한 학교생활을 보낼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을 해야 했다. 자욱한 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자기들이 대단한 줄 아는 녀석들의 머리에는 똥밖에 들어있는 게 없었다. 어른이라도 된 것처럼 비스듬히 앉아 그럴듯하게 담배를 물어보려는 모습은 비웃음을 자아낼 뿐이었다. 초등학교 때의 녀석들과 다를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내 눈앞에 있는 녀석들에 비하면 그래도 그 녀석들은 겁이라도 있었다. 감히 하지 못하는 것이라도 있었다.

   

 

어쩔 거냐? 우치하.

   

 

꼴에 떨거지들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녀석이 나에게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마치 자신의 말에 감사하기라도 해야 한다는 듯이. 나는 혐오스러운 눈으로 그 녀석을 보며 낮게 내뱉었다.

   

 

미친 새끼들.

   

 

왜 나는 아무것도 바꿀 수가 없는 걸까.

   

   

   

 

 

05

   

 

안돼......형, 안돼. 제발.

   

 

이즈나가 날 붙잡으며 필사적으로 말했다. 바닥에 엎어져 있는 이즈나의 다리는 구부러질 수 없는 방향으로 돌아가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멱살을 붙잡고 있는 녀석의 머리를 날려버리려고 하고 있었다. 몸이 제어가 되지 않았다. 상처투성이가 되어 골목에 쓰러져 있는 이즈나를 본 순간, 머리는 더 이상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어있었다. 눈 앞이 새하얗게 변해버렸고,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이미 미친 듯이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옷은 피투성이가 되어있었고 이즈나를 때리고 있던 다른 녀석들은 모두 입이나 코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에 누워 있었다.

   

 

안돼. 안돼......형.

죽여버리겠어......죽인다. 전부 다 죽여버리겠어!!

형, 부탁이야. 제발......

이......개새끼들. 이 개같은 새끼들!!!

   

 

나는 제정신을 잃고 있었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뇌수를 모조리 태워버릴 것만 같은 분노와 후회, 뼛속까지 스며드는 것 같은 죄책감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이즈나는 있는 힘을 다해 내 다리를 붙들며 끊어져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형이 여기서 저 녀석들을 죽여버리면......저 녀석들 부모라는 작자들이 가만있을 것 같아? 형을......소년원에 보내버릴 거야.

상관없어. 보내 보라지. 그 전에 내가 저 녀석들을 죽일 거야!! 널......

 

그 자식들이 형을 거기에 보내는 걸로 끝낼 것 같아? 간단하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건 형이 더 잘 알잖아! 그리고 형이......거기에 갇혀버리면, 나는? 나는 어떻게 해야 되는데.....? 나는 어떻게 될 것 같냐고!!

......!!!

   

 

이즈나는 울고 있었다. 내 다리를 끌어안고, 중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 동생이 울고 있었다. 나는 멍하니 이즈나를 바라보았다. 부러졌을 것이 분명한 왼쪽 다리. 얼굴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에 엉겨붙은 피. 모래와 흙투성이가 된 점퍼와 후드티. 내가 중학교를 졸업할 나이가 된 지금도, 이즈나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어린아이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 다른 아이들처럼 놀기도 하고 공부하기도 하면서 마음껏 웃을 나이.

 

그런데......왜? 대체 왜. 아무 잘못도 없는 이 아이가 왜.....?

   

 

제발......형, 형 잘못이 아니야.......

   

 

거짓말이다. 이 상황이 벌어진 것은 전부 내 탓이었다. 내가 눈치채고 있었더라면, 조금만 더 빨리, 여기에 도착했었더라면, 이런 사단까지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얼이 빠져 있었던 거다. 어느 순간, 긴장을 풀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내게 당한 그 녀석들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도. 내게 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이즈나를 가만히 놔둘 리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을 텐데도. 그 녀석들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녀석들이란 걸 모를 수는 없었는데!!

   

 

등신.

   

내게 멱살이 잡혀 있던 녀석은, 멍이 들어 시퍼렇게 변한 얼굴로 비싯 웃었다.

   

 

 

 

 

06

   

 

응급차에 실려 병원에 간 이즈나는 곧장 수술을 받아야 했고, 의사는 나에게 보호자가 있는지 물었다. 나는 내가 보호자라고 말했지만, 그는 미성년자는 보호자가 될 수 없다며 나와 이즈나의 보호자를 데려오라고 말했다. 나는 고아원에 전화를 걸었고, 고아원의 선생 중 한 명이 병원으로 왔다. 나는 대기석에 앉아 이즈나가 나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고아원 선생은 의사와 이야기하더니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여기 계속 있을 거니? 원장님이 들어오는 게 좋겠다고 하시던데.

됐어요......이즈나가 나올 때까지 있을 거에요.

후우, 맘대로 하렴.

   

 

귀찮은 일은 상관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말한 선생은, 이내 대기실에서 나가버렸다. 나는 더 이상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가 없었다. 안절부절못하고 수술실 앞의 복도를 왔다 갔다 하던 나는 아직 피가 묻어있는 손을 보고 화장실 쪽으로 발을 옮겼다.

   

 

.

....그렇다니까! 역시 문제아는 문제아야.

   

고아원에서 온 선생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려왔다.

   

 

몰골이 아주 가관이더라. 옷이 완전 피투성이였어. 얼마나 사람을 팼으면 그렇게 될까 싶더라구. 나 완전 섬뜩했던 거 알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얘. 아무튼 걔 무섭다니까. 내가 학교에 갔을 때, 같은 반 애들이 다 똑같이 말하더라구. 완전 미친 개라구. 학교에서도 무서워하지 않는 애들이 없다더라. 』

 

맞아 맞아, 지난번에 싸움 몇 번 벌였었는데도 별 징계 안 받았잖아. 학교 선생들도 쉬쉬하는가 봐.

 

『걔가 보통 영악해? 장난 아니잖아. 그렇게 싸워대면서도 학교 다니는 내내 성적이 톱인 거 보면 몰라? 다들 그러니까 별 다른 말도 못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뭐 그런 애가 다 있는지 모르겠어. 난 걔 볼 때마다 기분 나빠.

   

 

헛웃음도 나오질 않았다. 백지 상태였던 머리가 순식간에 새까맣게 되어버렸다. 꽉 쥐어진 주먹 안으로 손톱이 파고들어 핏물이 흘러나왔다. 몸이 덜덜 떨렸다. 헛소리다. 저딴 건 다 헛소리다. 듣지 않으면 돼. 돌아서면 돼. 하지만 돌아서려는 순간 들려온 대화 내용에 나는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원장님이 걔 내보내야 되겠다더라. 원래 우리 고아원 고등학교 들어가면 나가야 되잖아?』

 

그거 나이 따지는 거 아냐? 걔 나이 아직 안 된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이번에 고등학교 들어가잖아. 게다가 벌써 이번에 얻어맞은 학생들 학부모한테 연락 왔어. 절대 가만 못 두겠다고 난리야. 전화가 불티나서 죽겠어, 진짜. 이번에는 전치 4주 이상 입원하지 않는 애가 없어!』

 

대박. 안 죽인 게 다행이네.

 

『뭐, 어쨌든 간에 걔, 이번엔 그냥 넘어갈 수 없을걸. 쫓겨나든지, 아니면 소년원 가든지. 난 소년원 가버렸으면 좋겠어.』

   

 

나는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이 달려나왔다. 수술실 앞까지 비틀비틀 걸어간 나는 비어있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질 않았다. 수술이 끝날 때까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수술실의 등이 꺼지고 이즈나가 누워 있는 침대가 나오자, 나는 정신없이 달려가 이즈나의 얼굴을 살폈다. 눈을 감고 있는 이즈나의 얼굴은 시체처럼 창백했다. 다리에는 석고포가 감싸져 있었고 눈에는 흰 안대가 씌워져 있었다. 나는 수술용 마스크를 벗으며 나오는 의사에게 다가갔다.

 

 

제 동생은......

일단 수술은 잘 끝났으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라.

   

 

마치 밥을 먹었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가벼운 말투였다. 나는 순간 그 의사의 멱살을 잡을 뻔했다. 걱정하지 말라고? 어떻게? 어떻게 걱정하지 않을 수 있지? 내 동생, 내 동생이 저렇게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서 눈도 뜨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가 있는 거지?

   

 

전신마취가 아직 덜 풀려서, 눈 뜨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릴 거다.

   

 

그 말을 끝으로, 의사는 급한 일이라도 있다는 듯이 빠르게 나를 지나쳐 버렸다.

상처가 난 손바닥이, 따끔거렸다.

   

 

 

   

 

07

 

 

이즈나의 오른쪽 눈은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의사는 실명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통깁스를 하고 있는 왼쪽 다리는 완전히 골절되어 적어도 2달간은 병원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잠이 든 이즈나의 얼굴을 바라봤다. 평온하게 잠들어 있는 얼굴은 고아원에 있을 때와 같아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6인실인 보통 병실 안에는 환자들의 불규칙적인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창 밖에는 달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눈에 띠는 불빛이라고는 멀리서 차도를 밝히고 있는 가로등의 줄과 뜸하게 지나가는 자동차의 붉은 빛뿐이었다. 나는 다시 이즈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즈나의 헝크러진 머리카락을, 나는 조심스레 정리해주었다.

   

 

등신.

   

 

나는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 밀려오는 자책감과 동생에 대한 죄책감이 가슴을 묵직하게 내리눌렀다. 마지막에 멱살을 쥐고 있던 녀석이 했던 말이, 귓가에서 떠나질 않았다. 쓰레기. 난, 쓰레기다. 나는 눈을 부릅떴다.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박살내버리고 싶은 흉폭한 충동이 순간적으로 뇌를 지배했다. 나는 눈을 꾹 감은 채 숨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뜨거운 불꽃이 가슴을 태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고개를 떨궜다. 지키지 못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즈나를 지키겠다고 약속했었는데, 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제기랄. 빌어먹을......!!

   

 

깨문 입술에서 피 맛이 느껴졌다. 찢어진 입술이 얼얼했다. 나는 이즈나의 손을 잡은 채 천천히 손등을 쓰다듬었다. 이즈나의 손은 따뜻했다. 아직도 차가움이 가시지 않은 내 손과는 달랐다.

 

복도에서 들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주먹이 꽉 쥐어졌다. 이미 한번 손톱이 파고들어간 자리가 다시 쓰려왔다. 어떻게든 고아원을 나가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이런 일이 일어난 이상,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즈나까지 나가라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나간다면 이즈나가 고아원에 있으려고 할 리 없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갈 곳이 없었다. 우리가 몸을 맡길 수 있는 장소 따위는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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