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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02

03

   

 

어이.

......

안 들리냐?

   

 

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계속해서 걸어갔다. 하지만 이내 내 어깨를 우악스럽게 붙잡고 돌리려는 시도에 반사적으로 날 잡으려던 녀석의 얼굴을 후려갈겼다. 뒤를 돌아보자, 대여섯 명의 꼬마들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무감정한 눈으로 내 앞에 서 있는 녀석들을 응시했다. 처음 이 상황을 대면했을 때 느꼈던 당혹감과 실망감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이젠 그저 지겨울 뿐이었다. 고아원 뒤편에 있는 이 음습하고 더러운 골목도, 누가 입다 버린 듯 너덜너덜 낡은 옷을 입고 있는 이 녀석들도. 그 녀석들의 손에는 고철더미에서 주워온 것처럼 보이는 막대기와 부러진 각목이 들려 있었다. 뒤쪽에 서 있던 녀석 한 명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

   

 

재수 없는 새끼.

   

 

 

 

고아원에서 이즈나와 나는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정말 다행이었다. 그 여자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 여자가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하루종일 앉아 tv를 보는 것과 히스테리를 부릴 때마다 물건들을 집어던지고 깨뜨려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나는 어떻게든 글자를 읽는 법은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더듬더듬 읽는 것에 불과했지만, 계속 연습한 끝에 나중에는 제법 끊기지 않고 읽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할 줄 아는 것이라곤 그게 전부였다.

 

초등학교라는 곳에 들어가자 나는 곧바로 같은 반 녀석들과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늘 엄마들이 차를 타고 와 교문 앞에서 기다리는 대다수의 녀석들은, 나보다 훨씬 더 앞서 있었다. 수학과 영어라는 이름을 나는 학교에서 처음 봤다. 다른 녀석들이 할 수 있는 것을, 나는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읽는 것과 이해하는 것에 있어서는 반 녀석들 중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문장을 쓰는 것과 말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점차 자신이 생겼다. 여기에 그 여자는 없다. 날 방해하는 녀석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내 앞에 있다고 믿는 녀석들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학교를 마치고 이즈나와 함께 돌아오면, 항상 책상에 들러붙어 앉아 교과서를 읽고 또 읽었다. 거의 외울 정도로 읽다 보면 수업 시간에는 알 수 없었던 내용들이 서서히 이해되곤 했다. 수학은 그렇게 해도 잘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림을 그리거나 돌멩이 여러 개를 들고 직접 교과서에 나온 그림대로 만들어봐야 했다. 내가 공부할 때마다 옆에 앉아있던 이즈나는 나에게 학교에서 적어온 궁금한 것들을 이것저것 물어보곤 했다. 나는 이즈나에게 내가 이해한 대로 정확히 전해주기 위해 노력했고, 이즈나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이즈나와 함께 공부하고 가르쳐주는 것을 반복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어느새 반에서 톱을 내주지 않는 학생이 되어 있었다. 고아원장이라는 비쩍 마른 수녀도 나를 칭찬했고, 학교의 선생들도 나를 볼 때마다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어느 날은 알지도 못하는 배불뚝이 아저씨가 갑자기 고아원에 찾아와 나를 붙잡고 사진을 찍었고, 학교에서는 학교장이라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사람과 악수를 해야만 했다. 싱글벙글 웃고있는 어른들과 찍은 사진은 학교 신문의 앞머리에 나왔고,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역겨웠다.

   

솔직히 기쁜 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나는 노력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만큼 열심히 공부했고, 좋은 성적과 칭찬은 내가 마땅히 받아야 할 대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 마다라! 웃으렴.

   

 

하지만 나는 내가 언젠가부터 어른들의 도구로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부금을 뜯어내는 도구로,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한 도구로. 고아원과 학교의 어른들은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고아임에도 전교 1등이라는 성적을 얻고 있는 학생’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들이 나에게 웃으라고 말하며 찍어대는 사진 속에는 내가 없었다. 우치하 마다라라는 우수한 학생의 껍데기일 뿐이었다. 구역질이 났다. 나를 보고 칭찬하는 어른들을 볼 때마다 속에서는 토기가 올라왔다. 기쁨 같은 것은 없었다. 악수를 하면 손바닥이 맞닿은 부분에서는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때부터 사람들 앞에서 웃는 것을 그만뒀다. 웃으라는 말을 들으면 나오는 것은 비웃음뿐이었다. 어른들이 앞에 있어도 나는 웃지 않았다. 칭찬을 들으면 속으로 비웃었다.

   

 

그런 입발린 칭찬 따위, 줘도 안 가져.

   

 

어른들은 이제 나를 ‘고아인 주제에 공부 잘한다고 오만을 떠는 녀석’이라고 여기기 시작했다. 여전히 필요할 때마다 나를 불러다 고아원 홍보나 기부금을 받는 자리에서 써먹었지만, 그럴 때 말고는 미묘한 거부감과 우월감을 한껏 담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예전의 달래고 어르는 듯한 눈길은 이제 없었다. 나는 마음껏 그들을 비웃었다. 빌어먹을 놈들, 점잔 떨긴.

 

하지만 나에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쓸데없이 호출해대는 일이 줄어서 만족했다. 나는 시끄러운 일 없이, 예전처럼 조용히 이즈나와 책만 볼 수 있다면 그걸로 좋았다. 그냥 아무 일 없이 그런 평온한 날들을 보낼 수만 있다면. 이즈나가 가장 어려워하는 과학 과목 시험을 도와주고, 틈틈이 모은 돈으로 함께 작은 만찬을 나눠 먹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아무것도 필요 없었다.

   

 

 

그러나 나 같은 놈에게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나와 이즈나는 고아원에서, 학교에서 가능한 한 조용히 지냈다. 할 수 있다면 없는 것처럼 지낼 수 있기를 바랐었다. 나는 이즈나와 학업에 대해 걱정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하루하루 여유 있게 보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수업을 들을 때는 집중력을 모두 끌어모아 그쪽에만 신경을 쏟았고,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에는 뒤쳐진 학업을 따라가기 위해 빼곡한 필기 노트와 너덜거리는 교과서를 봐야만 했다. 나는 이즈나를 제외한 누구에게도 신경쓰지 않았고 누구도 내게 쓸데없는 관심을 가지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건 애초부터 내 뜻대로 될 수 없는 일이었다.

 

시작은 되지도 않는 이유를 내건 시비였다. 선생이 있는 수업시간에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었던 녀석들은 쉬는 시간마다 옆에 다가와 책상을 흔들고, 교과서를 빼앗았다. 다들 쉬고 있는데 혼자 공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거슬린다는 이유에서였다. 나는 그 녀석들의 히죽대는 얼굴에 드러난 악의를 볼 수 있었다. 고아원에서나 학교에서나 그런 시선들은 끊임없이 나를 따라다녔다. 그런 시선을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껏 누구도 내게 직접적으로 시비를 건 적은 없었다. 나는 고아원에서든 학교에서든 모범생이고, 우등생이었으며 알랑거리는 어른들이 항상 내게서 눈을 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더 이상 어른들의 ‘착한 학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들은 나를 가만 두지 않았다. 전에는 조용히 있던 수업시간에도 대놓고 욕을 하는가 하면, 쉬는 시간마다 내 옆자리에 둘러앉아 쓰잘데기 없는 개소리를 악의적으로 지껄여댔다. 물론 나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내가 그런 소리를 듣고도 가만히 있을 수 있다면, 나는 우치하 마다라가 아니었다.

나는 그 때까지만 해도 싸움이란 걸 할 줄 몰랐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주먹이 먼저 나갈 수밖에 없었다. 몰랐던 사실이지만, 나는 몸싸움에는 꽤 재능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교과서를 빼앗은 놈의 배를 걷어차 양호실로 보내버렸고, 심심할 때마다 책상을 쳐 신경을 건드렸던 녀석은 얼굴을 피떡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 외에도 나를 건드렸던 녀석들에게 나는 각각 그에 걸맞는 훈장을 안겨줬다. 그 일로 나는 하루아침에 문제아로 낙인찍혔고 어른들은 나를 불편해하는 것을 넘어 골칫거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나를 불러다 타이른답시고 하루종일 설교를 늘어놓았다. 처음에는 모두 잘못했다고 지껄이더니, 언젠가부터 잘못한 것은 전부 내 탓이 되었다. 내 옷이 찢어지고 넓적다리에 커다란 멍이 생긴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내 얼굴이 벌겋게 붓고 상처투성이가 된 것도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혼자였고 그 녀석들은 3명이었던 것도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는 고아일 뿐이었고 그 녀석들은 학부모라는 방패막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그 사실뿐이었다.

   

 

형, 괜찮아? 얼굴이 엉망진창이야.....
이 정도로는 끄떡 없어.

   

 

나는 반사적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즈나에게 울긋불긋하게 변해버린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즈나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 얼굴부터 살폈다. 이즈나는 분하다는 듯이 입술을 꼭 깨물었다.

 

 

다들 형이 잘못했대. 오늘 선생님이 와서 그랬어. 싸움을 먼저 시작한 건 형이라고.

.....

형은 아무 잘못 없어. 형은 잘 한거야. 또 누가 형한테 시비 걸면, 날려버려. 다시는 그따위 짓 못하게 톡톡히 혼내줘.

   

 

이즈나는 어디서 가져왔는지 작은 연고를 꺼내 내 얼굴의 상처에 조심조심 바르기 시작했다. 화가 단단히 난 검은 눈동자는 사납게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웃고 말았다.

   

바보, 내가 그런 녀석들 가만히 둘 리가 없잖아. 부모? 앞세워 보라지. 다시는 말도 못 꺼낼 정도로 만들어 줄 테니까. 어른들이 뒤에 있지 않으면 입도 못 여는 겁쟁이들 주제에.

   

그런 녀석들이든, 그 부모들이든, 나는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그저 점잔 빼는 샌님으로만 보였던 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았는지, 얼마간은 싸움을 걸어오는 녀석들이 없었다. 내가 맞는 것은 싫었지만 싸움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았던 이즈나는 다행이라며 기뻐했다. 하지만 그 평화는 일시적인 것이었다. 나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던 녀석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나를 붙잡아 뭉개버리려고 했다. 그 녀석들도 혼자서는 감히 나와 붙을 마음이 없었는지, 시비를 걸 때면 으레 세 명 이상이 모여있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몸을 신경쓰지 않고 미친 듯이 덤벼들어 두들겨 주었다. 나를 공격하는 녀석들이 많든 적든,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나를 방해하는 녀석들을 봐줄 마음 따위는 없었다.

 

나는 횟수를 세는 것을 포기할 정도로 다른 녀석들과 싸움을 벌여야 했고 점차 그런 환경에 익숙해져야 했다. 내 몸에 남는 상처는 점점 줄어들었다. 이즈나는 내가 더 이상 싸우지 않는 줄 알고 안심했다. 나는 이즈나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다. 상황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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