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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01

※ 페러렐입니다.

※ 여성향 포함 예정입니다.

 


 

 

 

 

저기, 잠깐만!!

......

기다려!

   

변성기가 되지 않은, 앳된 소년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었다.

하지만 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뛰었을 뿐이었다.

 

 

그 때 왜 돌아보지 않았을까.

   

 

자존심이 상해서?

 

부끄러워서?

 

무서워서?

   

 

 

모르겠다. 확실한 건, 그 때 도망치듯이 그 자리에서 달아난 나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날 거리의 모습을, 나는 지금도 사진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눈썹에 맺히자마자 물방울이 되어 떨어져내렸던 눈.

그리고 날 바라보고 있던, 검고 커다란 눈동자.

   

 

......빌어먹을.

   

   

   

 

01

   

 

어린 시절이라고 하면, 일반적인 사람들은 어렴풋한 잔상들만을 떠올린다. 빛이 바랠 대로 바래고 낡아 빠져 누가 누군지도 알아볼 수 없는, 아무 의미 없는 사진들 말이다. 그들은 현재만을 산다. 과거에는 이랬었지, 저랬었지 떠들어대지만 그딴 건 전부 헛소리다. 과거를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나 역시.

   

난 엄마가 없다. 날 낳아준 여자라면 있지만, 그 여자는 내 엄마가 아니다. 그 여자는 날 버렸다. 나뿐만이 아니라, 어린 내 동생까지도 버렸다.


그 여자는 항상 나와 내 동생을 때렸다. 나와 동생이 갓난아기였을 때는 좀 달랐는지도 모른다. 상냥하게 젖병을 물려주고, 부드럽게 쓰다듬어줬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건 전부 내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기억하는 어린시절의 파편 속에서, 그 여자는 날 때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

머리로 기억하는 것과 몸이 기억하는 것은 다르다. 아무리 제대로 된 기억을 할 수 없는 어린애라도, 쓰러질 정도로 얻어맞으면 그 기억은 뼛속까지 스며들어 절대 잊어버릴 수 없게 된다. 맞을 때마다 쉴새없이 귀에 들려오는 째지는 욕설과 폭언은 고막을 송곳으로 뜷는 것만 같았다. 그 여자는, 지쳐서 나가떨어질 때까지 나와 내 동생을 때렸다.

나는 왜 우리가 맞는지도 몰랐다. 그 때의 나는 어른의 사정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렸다.

   

내가 왜 그렇게 맞아야 하는지 알게 되었을 때, 나는 7살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엄마라고 생각했던 그 여자는 어떤 남자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 여자는 나와 내 동생을 때리지 않을 때면 허구헌날 전화를 붙잡고 누군가에게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교태를 떨었다. 그 여자는 매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뿐이라고 말하며 당신의 아이들를 낳은 것은 모두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여자는 하루라도 빨리 자신을 데려가 달라며 전화기 너머의 남자에게 매달렸다. 하지만 남자는 항상 ‘다음에’라고 대답했다. 언제나 전화를 먼저 끊는 것은 남자였다. 그리고 그 여자는 멍하니 앉아 있다가 일어서 나를 때렸다.

   

의자가 넘어지고, 꽃병이 깨지고, 시야가 뒤집혔다.

   

 

그 여자 때문이야. 그 여자 때문에 그가 날 선택하지 않는거야! 그는 날 사랑해, 틀림없어. 다음에 전화할 때는 분명히 날 데려갈 거야. 그년을 버리고 날 아내로 맞아줄 거야!

   

 

몸을 웅크린 채 맞고 있다보면 점점 감각은 무뎌졌다. 나는 망가진 인형처럼 난장판이 된 집 곳곳으로 팽개쳐졌다. 그 여자는 내가 쓰러지면 내 동생을 때리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그 여자의 옷깃을 꽉 붙잡은 채 놓지 않았다. 그러면 그 여자는 미친 듯이 화를 내며 날 때렸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라고!! 전부 다, 너 때문이야! 전부 다!!

   

 

눈 앞은 하얗게 변했다가 새빨갛게 변했다.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떴을 때 보이는 시야는 다시 눈을 감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뚜렷했다. 내 어린시절의 기억은 잊어버리기엔 너무 강렬한 색채를 띠고 있었다. 제대로 보이지 않는 시야에는 항상 어린 동생이 있었다. 뭐가 슬픈지도 모르면서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는 동생. 정신을 차리면 동생이 옆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굳어버린 입을 억지로 열어 괜찮다고 말하곤 했다. 기억 속의 그 아이는, 항상 울고 있었다.

   

그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에게서 걸려 오는 전화는 점점 뜸해졌다. 그 여자는 틈만 나면 히스테리를 부리며 나와 내 동생에게 손을 댔다. 그러면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동생을 감쌌다. 동생은 잔뜩 겁에 질려 엉엉 울었다. 나는 눈을 꽉 감았다. 생각하면 안 돼. 아무것도 생각하면 안 돼. 나는 이를 악물고 견뎌 냈다. 온몸이 멍으로 물들어도, 어떻게든 견뎌 냈다.

   

그리고 그 남자로부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그리고 그 날, 그 여자는 나와 내 동생을 거리에 버렸다. 나와 내 동생은 미아보호소를 거쳐 경찰서로 갔고, 나는 거기서 목소리로만 들었던 내 아버지라는 사람을 처음 보았다. 하지만 그는 경찰서 안으로 들어올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는 나와 내 동생에게는 관심도 없다는 듯 경찰서 앞에 세워진 차 안에서 나오지 않았고, 안경을 낀 말끔하게 생긴 남자가 나와 내 동생을 데려온 경찰을 구석으로 끌고 가 뭔가를 속삭였다. 경찰은 상관이라도 모시는 듯 깍듯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가버린 차를 배웅하러 나가 손까지 흔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고아원에 보내졌다.

생각해 보면 그 때부터가, 지옥의 시작이었다.

   

   

   

 

02

   

처음에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더 이상은 맞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동생도 더 울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고아원에 온 첫 날,동생은 나에게 말했다.

   

 

형, 우리 이제 더 이상 안 맞아도 되는 거지?

그래. 이젠 절대 그런 일 없을 거야.

   

 

동생은 살풋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생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 마녀가 쫒아와서 형을 때리면 어떻게 해?

그런 일은 없어.

 

그래도 무서워......형. 누가 또 형을 때리면 어떡하지? 그 마녀처럼 우릴 때리면 우리 어떻게 해야 돼?

   

 

팔을 꼭 붙들고 있는 동생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런 녀석은 내가 절대로 가만 안 둬.

형.

 

 

걱정하지 마, 이즈나. 너는 내가 반드시 지킬 거야. 무슨 짓을 해서라도, 너만은 내가 지켜줄게. 약속해.

   

 

동생은 그 말에,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는지 활짝 웃음을 지어보였다. 나는 동생을 꼭 끌어안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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